채용해도 금세 떠나는 신입,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공고….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제대로 된 채용은 곧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단순 구인을 넘어 오래 머물고 성장하는 인재를 만드는 제도, 바로 ‘일학습병행’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인재 육성 전략을 지원하는 ‘일학습병행’ 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사진=셔터스톡]
최근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2025)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 비율이 28.9%에 달한다. 많은 청년이 대기업을 선호하다 보니 중소기업에는 지원자가 적고, 어렵게 채용하더라도 조기에 퇴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즉시전력’을 찾기 위해 경력자나 고스펙 신입을 채용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중소기업 현실에서는 이런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설령 채용에 성공하더라도 장기근속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뽑은 후 키운다’는 사내 인재 육성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입사원의 조직 적응은 단순히 업무 숙련도의 문제가 아니라, 팀 문화 이해, 인간관계 형성, 업무 히스토리 축적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입직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에는, 사회 첫 조직 경험에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아 이들을 위한 감정적 지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일과 학습을 동시에, 일학습병행이란?
정부는 중소기업의 신규직원 채용과 인력 양성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 중에서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일학습병행’ 제도를 소개해보려 한다. 2013년 도입된 이 제도는 이름 그대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도록 지원하는 기업 교육훈련 지원 제도로, 크게 ‘재학생 일학습병행’과 ‘재직자 일학습병행’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ㅣ재학생 일학습병행
‘재학생 일학습병행’은 학교(대학)에서 학습중인 학생을 일터로 유도하는 것으로, 특성화고등학교 2~3학년 재학생, 전문대 2학년 재학생, 4년제 대학 4학년 재학생들이 1~2년간 학교에서는 관련 직종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기업에서는 실습 중심의 OJT(On-the-Job Training)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서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빠르게 취업할 기회를 얻고, 기업은 기술력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회사를 노출시키며 신규직원을 보다 수월하게 채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ㅣ재직자 일학습병행
‘재직자 일학습병행’은 채용 후 1년 미만의 신입사원 등을 대상으로 약 1년간 교육훈련기관(대학, 협회 등)과 기업이 협력하여 이론교육과 현장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학위연계과정’의 경우 학위도 함께 취득할 수 있어, 취업 후 후진학을 희망하는 재직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이 경우 교육훈련에는 2~4년이 소요된다.
일학습병행은 별도의 교육체계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 특히 유용하다. 교육훈련기관은 기업과 함께 신입사원이 잘 적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기업은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육훈련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2024년도 조사에 따르면, 일학습병행에 참여한 기업 중 82.9%가 일학습병행 과정 종료 후에도 일학습병행을 통해 설계한 교육훈련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하니, 괜찮은 신규직원 교육체계를 마련할 기회가 되겠다.
일학습병행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교육훈련 참여자 OJT에 대해 기업에 교육훈련비와 담당자 수당을 지원해 준다는 점일 것이다. 교육훈련비는 직종과 교육훈련 수준(레벨), 참여자 유형(재학생/재직자), 기업 규모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달리 책정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특성화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운영하는 경우 200만 원 이상의 교육훈련비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에서 OJT를 실시하는 ‘기업현장교사’에게도 교육훈련 참여자 수에 따라 월 33.3~133.3만 원의 수당이 지원되며, OJT 행정을 담당하는 ‘HRD 담당자’에게도 월 25만 원의 수당이 지원된다.
일학습병행은 452개 직종에 대한 교육훈련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어(2025년 6월 기준), 매우 다양한 직종에 적용될 수 있다. 일학습병행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직종은 무엇일까?
2024년에는 6,474개의 기업이 일학습병행에 참여했는데, 그 중에서도 기계 가공·용접 등 기계 분야(23.7%), 전자기기 생산·전기시공 등 전기전자 분야(15.8%),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정보통신 분야(13.5%), 세무회계·생산관리 등 경영·회계·사무 분야(13.1%)에 대한 기업의 참여율이 높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반도체, 바이오 의약품 등 첨단산업에서의 교육훈련 과정도 활성화되고 있어, 일학습병행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손 내밀면 인재는 마음을 연다
일학습병행이 아무리 매력적인 제도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남게 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몫이다. 결국 ‘머물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일학습병행의 선순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요즘 청년층이 갖고 있는 성장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2022년도 KBS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이 퇴사를 결정한 이유로 ‘보수가 적어서’(38.0%), ‘업무에 만족하지 못해서’(25.0%)에 이어 ‘개인의 발전/성장 가능성이 낮아서’(22.5%)가 세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일학습병행에서는 이러한 청년층의 성장욕구 충족을 지원하기 위한 후학습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후학습 제도를 통해서 재직자들은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도 주말 등을 이용해 대학에서 이론교육을 받아 교육훈련 종료 후 상위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성화고 졸업자 등이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P-TECH 과정(Pathways in Technical Education)’, 전문대학 졸업자가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학사편입 과정인 ‘경력개발 고도화 과정’ 등이 있으며, 이들은 위에서 소개해드린 ‘재직자 일학습병행’ 중 ‘학위연계과정’의 일부다. 이런 후학습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재직자의 직무능력 향상을 도모함과 동시에 교육훈련 기간 동안 확정적으로 인재를 붙잡아둘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컨대 재학생 일학습병행을 통해 특성화고 졸업생을 채용하고(1~2년), 이 졸업생이 P-TECH 과정을 통해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며(2년), 경력개발 고도화 과정을 통해 학사 학위를 취득하면(2년) 기업에서는 지속적으로 직무능력을 개발하고 있는 고숙련 인재를 최소 5~6년간 유지(retention)할 수 있다.
혹시 직원이 후학습 과정을 통해 학위만 취득하고 떠나버리면 어쩌나 고민할 수 있겠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제 일학습병행을 장기근속 유도의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회사가 직원들의 경력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직원들의 조직 지원 인식(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 수준이 높아지고, 호혜성의 관점에서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로열티가 높아져 오랫동안 핵심인력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2024년도 조사 결과 ‘경력개발 고도화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의 90.9%는 과정 종료 후 2~3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같은 기업에 재직 중이었다. 과정을 진행 중인 사람들의 64.2%는 과정 종료 후 회사가 학사 학위자로 대우해 준다면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결국 핵심은 ‘평소에 회사가 얼마나 좋은 일터였는가’일 것이다. 회사가 충분한 비전과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면 교육 여부와 관계없이 떠날 사람은 떠나게 마련일 것이다.
일학습병행은 단순한 채용 지원 제도를 넘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종합적인 인력개발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후학습 제도를 통한 장기근속 유도 효과는 중소기업이 인력 투자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좋은 일터를 만들고 싶은 중소기업이라면, 일학습병행에 주목해보길 바란다.
손규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
terret@krivet.re.kr
본 글은 미디어스트리트의 품질경영 2025년 7월호에서 발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