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잡아라! 직원이 떠나지 않는 기업 문화 ‘컬처핏’

작성일   |    2025.08.11 조회   |   56 작성자   |   최솔
인재를 잡아라! 직원이 떠나지 않는 기업 문화 ‘컬처핏’ 첨부 이미지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이 기업을 움직인다.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사람이다. 또, 그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다”

개인과 조직의 공생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있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남긴 명언이다. ‘조용한 퇴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 미래를 이끌 인재를 찾고 있는 기업이라면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하다.

핵심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채용 과정에 '컬처핏(Culture Fit) 전형'을 도입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MZ세대 사로잡은 기업가 정신]

불투명한 경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직원 이탈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 문화가 익숙해지며 공동체 의식이 무너졌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조직의 성장보다는 개인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부상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0~40대 정규직 근로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자 이직 트렌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5%는 “향후 직장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특히 20대 응답자의 83.2%, 30대 응답자의 72.6%가 직장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직 횟수는 평균 2.8회로 집계됐고, 3회 이상 이직을 경험한 비중은 47.1%를 차지했다. 이직 고려 사유로는 ‘금전 보상에 대한 불만족’이라는 응답이 6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과도한 업무량(32.7%), 기대보다 낮은 평가(27.4%), 회사실적 부진 등 미래에 대한 불안(26.6%), 개인적 성장을 위해(25.7%) 순으로 조사됐다. 이직에 따른 개인적 의미에 대해 물은 결과 ‘연봉 인상 수단’이라는 응답이 49.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개인적 성장 기회(31.8%), 역량 검증 수단(12.3%) 순으로 집계됐다.


이직 희망률 높은 유망 산업

이러한 가운데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며 우리나라 인재를 채용하려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분야 기업들은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더욱 고심하고 있다. 특히 유망 산업 분야이자 이직 희망률이 높은 반도체, AI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우리나라에서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채용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며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마이크론이 국내를 찾아 채용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면접은 마이크론이 대만 타이중 지역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근무할 인력을 뽑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 업체보다 마이크론의 행보에 더욱 긴장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이직을 고려하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호감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비율의 급여 인상과 주거비 지원 등 복지 혜택까지 약속하며 엔지니어들을 사로잡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경력직 모집에서 지원자들에게 원천징수 기준 10~20% 임금 인상, 거주 비용 및 비자 프로세스 지원 등을 오퍼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을 통해 인재 이탈 방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0일 메모리사업부에 기본급의 200%를 하반기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직원들과의 소통행사에서 “설 연휴 전 초과 이익성과급(PS)을 지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방침을 미리 공표한 바 있다. 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1년에 한 번 연봉의 최대 50%(기본급 1000%)까지 지급하는 인센티브다.

한편, AI 업계에서도 인재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미국이 전문직(H1B) 비자 제도로 세계 각지 AI 인재를 흡수하고 있는 가운데, 강경한 이민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AI 인재 유출국으로 전락하며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일 OECD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1만 명 당 AI 기술 보유자 순유출은 -0.30명으로 나타났다. 10만 명 기준 약 3명이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19년 첫 조사에서 순유출 -0.49명을 기록하며 AI 인재 유출국으로 분류됐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순유입국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유입규모가 다른 OECD 주요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게 된다면 AI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의 경우 우수 인재 유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긍정적 경험 따른 업무 몰입도

높은 이직률은 회사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이직이 잦아지면 업무 공백이 연이어 발생하고, 사내 분위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당 직원에게 업무상 필요한 투자를 한 경우라면, 비용이 고스란히 손실로 남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공정한 보상 시스템으로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단순히 보수나 복지를 늘리는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직원 경험’을 설계하고 체계화하는 방식이 함께 수반될 필요성이 있다.

맥킨지가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긍정적 경험’이었다. 기업에서 긍정적 경험을 갖는 직원은 업무 몰입도가 그렇지 않은 직원 대비 무려 16배나 높았고, 기업에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은 8배 컸다.

직원들 경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역할·커리어 변화 ▲피드백과 코칭 ▲공정한 평가 ▲역량 개발이었다. 직원 만족도가 높은 직장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는 특히 경력이 짧은 직원을 대상으로 어떠한 경험과 역량이 있고,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회사에는 어떠한 기회가 있는지를 논의하고 이를 직원들의 구체적인 커리어 플랜으로 만들어 실행에 옮긴다.

세계적 기업 구글의 팀원들은 담당 매니저와 최소 월 1회 이상 1대1 미팅을 하면서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어떠한 부분에 회사 지원이 필요한지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글로벌 인재관리 컨설팅업체 비머리가 영국 직장인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사람들이 떠나지 않는 직장 문화 4가지>를 살펴보면, 또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잉크는 전한 바 있다.


첫 번째는 ‘경력개발을 중시하는 문화’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근로자의 대부분인 83%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자신의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응답자의 44%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경력 관리 문제에 무관심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단순히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경력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사용자의 모습이라는 의미다.

두 번째는 ‘만족감을 주는 소통’이다. 직원에게 만족감을 안겨주는 회사가 되려면 특히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기업인의 자세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로부터 불만이 없는지 수시로 물어보고 제안을 경청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워라밸을 배려하는 회사’다. 응답자의 37%는 팬데믹 기간 동안 확산된 재택근무제 덕에 삶과 일의 균형감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자의 42%는 재택근무제가 폐지되더라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크게 다른 탄력근무제가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은 ‘정신건강 문제를 돌보는 회사’다. 응답자의 약 33%가 정신건강을 위한 복지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답자 중 자신이 근무 중인 회사에 해당 복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복지 트렌드로 급부상 중인 정신건강 케어를 도입하는 것도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장기근속 증가 원한다면 ‘컬처핏’

기업 문화가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최고의 인재’보다 ‘적합한 인재’를 찾는 방향으로 점차 달라지고 있다.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기업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등장한 채용 트렌드가 바로 컬처핏(Culture Fit)이다. 이는 구직자의 성향과 기업 문화가 얼마나 어울릴지를 확인해 인재를 채용하는 것으로, 우리말로는 ‘문화적합성’이라 부를 수 있다.

컬처핏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지식과 기술은 교육으로 습득할 수 있어도,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내더라도 조직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이를 채용하게 되면 향후 이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빠른 적응과 장기근속 확률 증가를 위해 컬처핏 방식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직무적합성과 문화적합성, 동기부여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구글과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의 채용 경향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인사 담당자 4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컬처핏을 확인하는 전형을 진행한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9%로 나타났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컬처핏 전형을 운영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면접 인터뷰(62%)다. 응답자의 90.9%는 “컬처핏이 직원의 퇴사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65.8%가 “향후 채용 과정에서 컬처핏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 답했다.

실제로 최근 에어프레미아는 항공업계 최초로 지원자의 업무 성향이 기업 문화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컬처핏 면접을 도입했고, 중고거래기업 당근은 전형과정에서 컬처핏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컬처핏 인터뷰는 지원자가 지원한 직군의 리더, 경영진, 피플팀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 컬처핏 인터뷰에서는 기업의 비전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일에 재미를 느끼는지 등 기업의 조직 문화와 잘 어우러지는 인재인지 살핀다. 컬처핏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지원자의 동의를 받아 레퍼런스 체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컬처핏 전형이 기업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면접과 문답 작성에 크게 의존하면서 면접관의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사 담당자들은 HR테크 기업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인 컬처핏 검사 도구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인사 담당자들은 지원자들이 조직문화를 더욱 쉽게 알 수 있도록 SNS나 기업 홈페이지, 채용공고, 채용설명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홍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채용을 통해 새로운 구성원 합류가 늘어나면서 기존 구성원과 새롭게 합류한 직원이 잘 어우러지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채용 전문 포털 사람인의 최근 44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사 중 84.1%가 조직 문화 유연화에 동의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구성원의 의식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조직 문화의 유연화에 노력하고 있는데, 실행을 위한 세부 방안으로는 ▲복장 자율화 ▲직원 소통 행사 ▲근무시간 자율 선택 등이 언급됐다.


 

신동민 기자 sdm@ksam.co.kr

진주영 기자 jjy@ksam.co.kr



본 글은 미디어스트리트의 품질경영 2025년 2월호에서 발췌되었습니다.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
목록